작성자 :오각

등록일 :2001-11-19 22:59:53

조회수 :29,977

오늘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요란할때 전 들꽃농원의 비닐하우스안에서 그 빗소리를 만끽하고 있었죠.
삼분의 일 가량 살짝 걷어 올려진 그 비닐집에 쪼그리고 앉아서 내다보는 들과 산의 풍경은 너무나 신선했습니다.
패랭이가 군락을 이루고 꽈리열매가 초록으로 달려 있는것도 보이고...
마시황선생님을 만났죠.
마르고 눈이 깊숙히 패인...
자연을 자연스럽게 느끼려면 요즘 세상에선 미쳐야하나 봅니다.
닥치는 갖가지 유혹들을 뿌리치고 자기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미치지 않고서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젠 어느 곳엘 가던지 이곳에 마학의 여러님들과 아이들이 오기에 적합한곳인지를 알기위해 마구마구 뒤지고 다니는 버릇이 하나 생겼습니다.

들꽃농원은 청계산 자락에 있는데 자연하천을 끼고 있고 돌다리를 건너야 농원에 들어갈수 있죠.
농원인지 산자락끝에 놓인 초지인지 혼동되는 분위기 입니다.
지하철역 모란에서 11-1번 버스타고 25분 정도면 올수 있는 거리 입니다.
요즘 이곳에 군부대가 들어온다고 해서 시위가 한창입니다.
누가 시위하냐면... 허수아비들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허수아비를 가을길에 핀 코스모스처럼 길가에 아주 많이 세워 놓았더라구요.

제가 이곳에서 만난사람들은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분들인데 화장기는 거의 없는 얼굴에 등산화신는 것을 좋아하고 모자 눌러쓰기 좋아하는 아줌마들입니다.
점심식사는 집에서 밥 싸오고 쌈장에 텃밭에서 기른 상추, 고추랑 고기 볶음, 김치,아침밥상에서 퍼온 장아찌등등 그리고 삶은 달걀까지.
푸짐하고 건강한 식사를 했습니다.
산을 좋아하고 하천을 사랑하고 자기들이 가진 것을 여러사람과 욕심없이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기분좋은 만남.
내가 편해지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있어서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