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정귀정

등록일 :2002-05-13 08:14:39

조회수 :13,428

남편이 토요일날 당직이어서 아침에 퇴근하자 마자 함께 사당으로 출발했는데 남자는 자기 혼자라고 투덜투덜 되더니만 흙피리는 어찌나 열심히 문지르던지.. 흙피리공방으로 걸어가는 동안엔 아침을 못먹어서 배고프다고 조르더니 막상 점심은 제가 먹으러 오라고 졸라도 늦게 왔어요. 아빠가 은수저로 정성껏 문지른 흙피리를 제 목에 걸고 오는데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우리 가족은 집에 오자 마자 남은 김밥재료로 후닥닥 싸서 먹고 씻고 잠을 잤는데 홍준희님은 이렇게 후기까지 남기셨네요. 아침에 후기를 읽으면서 어제의 감동이 다시 밀려왔습니다.

평소에 말이 없는 남편이 아침에 출근하면서 그러더군요. 홍준희씨 남편이 참 좋은신분이라구요. 그래서 저는 깜짝 놀랐어요. 그분이 남편이줄 몰랐거든요. 어찌나 흙피리 공방에서 열심이 도와주시던지, 저는 흙피리 공방에서 함께 계시는 분인줄 알았네요(예술가같은 느낌도 풍겼구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점심 먹을때 안계시던데 그럼 남편분은 굶으신게 아닌지.. 한편으론 죄송했습니다. 홍준희씨 남편분이 구워주신 고구마를 버스타는 데까지 걸어가면서 먹는 맛이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저희 아들 유진이가 집에 가자고 했더니 가기 싫다며 여기가 좋다고 하더군요. 어린 둘째 유정이때문에 약간은 힘들기도 했지만 난생 처음으로 경험하는 흙피리를 불면서 우리가족은 넘도 행복했어요. 주최하신 분께 항상 감사함을 느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p.s. 두좌석만 예약해야 되는줄 알고(대타여서) 좁을 것 같았지만 가는것만도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 막상 타보니 남아있는 좌석이 있어 편하게 왔어요. 비싼 좌석을 그냥 앉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