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봄누리

등록일 :2002-04-13 22:30:46

조회수 :14,645

오늘 건대 새천년관에서 꾸러기 음악회가
있었어요.
한새랑 단둘이 달랑 다녀 왔습니다.
그동안에 계속 꾸러기 음악회를 해왔지만
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답니다.
다른 공연에 비해 음악회는 별로 가보지 않았던 터라
편식(?)하지 말자는 생각에서 굳이 예약을 했더랬죠.
갈 땐 이수역에서 7호선을 갈아타고 갔고
올 땐 2호선 타다가 사당에서4호선으로 갈아타고 왔어요.
한새가 워낙 지하철광이라 서로 다른 노선으로 타고 다녔지요.

이번 음악회는 여러가지 악기라는 주제였어요.
1부에선 흔히 알고 있는 음악 몇가지 연주하고
동요 같이 부르고 케스터네츠 두드리기, 오카리나로 자전거 연주하기,
2부에선 각 악기 설명하면서 음악 몇곡, 동화 이야기 들려주기,
운명 1악장 연주를 했어요.

사실 이번 음악회를 그다지 재밌어 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역시 지루해 하더구만요.
공연장 입구에서 산 케스터네츠에만 관심이 가 있고
음악은 듣는둥 마는둥.
가끔씩 중간중간 멜로디를 따라 한 것,
지휘자 흉내내기, 손짓,발짓으로 박자 맞추기,
뭐 이정도의 관심이라도 다행이라고 여겼죠.
동화 이야기 들려주기는 '아기돼지 삼형제'를 했는데
열심히 듣고 나더니 하는 말이
"에이, 재미없어" @@
미술관, 음악회 관람은 녀석이 지루해 하는 활동중 대표격인 것이거든요.
지 손으로 직접 하는 활동을 좋아하지
가만히 앉아서 듣거나 보는 것은 영 흥미없어 하더라구요.
거기다 지휘자 선생님은 "공부시간"이란 말씀을 많이 하시니
한새왈
"엄마, 우리 여기 공부하러 온 거야?"
저도 지휘자 말이 거슬려서
"아니, 음악듣고 놀려고 온 거지"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어요.

어찌 되었든 이런 분위기도 느껴 보자는 정도로 만족했어요.
작년에 본 <달을 훔친 쿠카부라>는 재밌어했는데
그것만 못했나봐요.
이번 연주회가 지난 연주회들보다 재미없게 구성되었던 것인지
아님 아이의 수준이 아직 받아들일 만 하지 못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쩐 일인지 객석도 반에서 많아야 3분지 2정도만 찼더라구요.
음악적 소양이 부족한 엄마와 살다보니
아이도 음악적 소양이 부족해서 그러리라 생각하며
앞으로는 집에서도 음악 자주 들려주고
음악회에도 더 데리고 다녀야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그래도 나들이는 즐거운 것이겠지요.
지가 좋아하는 지하철을 실컷 탔으니까요.
지금 아까 산 나무 케스터네츠 머리맡에 놓고 자고 있어요.

거의 10년만에 가본 건대 캠퍼스는 여전히 넓고 젊은이들은 풋풋하고...
저희 동네보다 더 따뜻한지 나무잎들이 훨씬더 무성하더군요.
길거리의 떡볶이,오뎅도 옛날 생각나면서 괜히 먹고 싶어지기도 하고...

모자가 집에 도착할 때쯤
퇴근해 집에 있던 남편은 약속있다며 나가고
준희님 말씀처럼 많지도 않은 식구들이
주말마다 어째 이리 스케줄이 제각각인지...
그래도 내일은 "쇼 태권" 3식구 다같이 보러 가기로 했답니다.
공짜표가 있어서리, ㅎㅎ 공짜는 역시 흐뭇해.
(무슨 극장에 1년 회비 얼마내고 회원가입을 했는데
벌써 이번 한번으로 본전 3배는 뽑으니 할만 하네요)

모두들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