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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 어린이 축제다녀와서...
작성자 :호둘맘
등록일 :2003-05-06 00:30:57
조회수 :7,473
결론부터 말하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축제(?)입니다.
장삿속으로 행사기획한 것도 아니고, 축제 기획 의도가 비교적 순수한 것이라고 판단되기에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죽산어린이 축제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1. 행사장소 문제
진입할 때까지는 참 좋았습니다. 풀 냄새, 거름 냄새, 논과 밭... 하지만 행사장 입구에 다다를 무렵, 차들이 죽 늘어져 있는 폼이 심상치 않더라구요.
이건 행사장 주위 전체를 차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주차장 수용 차량수는 겨우 5~60대인데, 행사 참가한 가족은 적어도 300가족, 즉 차량수가 300대 이상이라는 이야기지요. 좀 한적한 시골에서 아이들 마음껏 풀어놓고 여유를 즐기려고 갔건만.... 애들 차에 치일까봐 소리지르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행사장이 크게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는데, 두 곳 사이의 거리가 한 300미터 정도 됩니다. 길가에 주차해 놓은 차량때문에 여간 신경써서 이동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덤으로 차들이 지나가면서 내뿜는 매연과 흙먼지는 고스란히 마셔야 하구요.
행사장도 본 건물은 비교적 번듯하게 지어놓았지만, 동화놀이하는 곳은 산을 깎아놓은 흉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절개지였습니다. 산을 깎아내느라 이곳저곳 뾰족한 돌멩이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다른 공연장도 어린이 축제라고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였습니다. 찻길 바로 옆에다가, 공사장에서 굴러다니는 철판과 아시바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그리고 야외 무대 의자는 철도 침목 썩은 것을 재활용하여 조금만 힘주어 밟아도 바로 굴러떨어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간이화장실의 더러움이나, 아이들 씻길 곳의 부족 등은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그 정도는 저희 가족도 감수하고 갔으니까요.
다만, 적어도 어린이 축제라면 모든 장소의 컨셉이 아이들 위주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이건 영 아니었습니다. 최소한의 안전과 가족의 휴식이 무시되는 축제장은 이미 축제장이 아니라고 봅니다.
2. 행사 내용 문제
주 프로그램이 세가지였습니다.
첫번째, 어린이를 위한 콘서트극 '아침새'. 기획의도는 여러 장르를 통합하여 새로운 공연양식을 시험한다는 것 같은데, 연출자가 너무 욕심이 과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한다면, 배우들의 과장된 동작이나 다듬어지지 않은 대사의 남발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 극의 연출자와 배우들은 극단 사다리의 공연을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을까요? 못 봤다면 꼭 가서 보고 좀 배우라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두번째, 가족 환경마당극 '바람개비'. 이건 어린이용 공연이 아니었습니다. 어린이 공연에 '독점', '고갈'과 같은 어려운 단어들, '포대 마이'(쌀포대로 만든 남성용 자켓)와 같은 국적불명의 단어, '아줌마 얼굴은 못 고쳐. 견적이 안 나와' 같은 수준 이하의 대사를 꼭 써야만 하는지 궁금합니다. 수준 낮은 유머를 구사하는 게 마당극의 본질이었나요? 제가 알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단편적인 애드립을 구사하는 극단도 한심하였고, 그걸 듣고 웃으며 참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하는 부모들도 한심스러웠습니다. 과연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분장이 너무 혐오스러웠고, 내용 전개에 있어서도 원시시대에서 바로 환경파괴의 시대로 넘어가는 게 억지스러웠습니다. 아이들 그림책 중에 '작은 집 이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환경 파괴를 어린이들한테 이야기해 주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세번째, 풀그림. 메인 프로그램 중 비교적 괜찮았던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아까 말한 장소 문제에 따라 본래의 기획의도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진행했던 장소의 3배 정도가 인원 대비 적절한 크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약 기획자라면 전지 한장을 주는 게 아니라 기다란 광목천을 주고 거기에 마음껏 물감을 찍어보라고 하겠습니다. 나중에 물감을 닦아내는 용도로만 쓰였던 풀장 벽에 광목천을 빙 둘러 주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합니다. 역시 여기서도 물이 너무 더럽다느니 하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 정도는 이런 시골에서 감수해야 하는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자율참가 프로그램 중에 동화놀이와 풍물이 있었는데, 동화놀이 진행한 분의 성대모사는 독특하였지만, 애초에 참가 신청을 받을 때 아이들 연령을 나누어서 받았으면 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과 4살짜리가 함께 뒹구는 건 봐주기 힘듭니다.
그외 전래놀이 여행이라고 안내글에 있는데 항아리 3개와 다 망가진 화살대 가져다 놓고 투호놀이라고 해놓았더군요. 그 주변에는 다 떨어진 제기 몇 개 놓여 있었구요. 이런 걸 전래놀이 여행이라고 해도 되는지… 그리고 삐에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습니다.
먹거리 장터는 가격과 맛은 괜찮았는지 모르지만, 역시 장소가 비좁은 관계로 먹는 사람 모두 피난민처럼 보였습니다.
3. 기타 운영 문제
200가족 한정이라 해서 한적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그 기대는 위에 언급한 장소의 한계 때문에 애당초 깨졌습니다. 하지만, 더 기막힌 것은 현장 판매를 했다는 겁니다. 물론 안 할 순 없겠죠. 그러면 예약한 사람의 대기 줄과, 현장 구입 줄은 따로 분리를 해서 예약한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줘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행사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현장 판매가 20가족 정도 되었다는데, 아니더군요. 차량 대수를 대충 세어봐도 300대가 넘었습니다. 그러면 200가족 한정이라는 말을 홈페이지나 홍보문구에서 삭제를 해야죠.
4. 결론
장소의 불편함은 프로그램이 정말 아이들과 가족에게 뜻깊은 내용이었다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죽산 어린이 축제는 프로그램 내용도 어린이 눈높이와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고, 축제 장소로서의 적합성도 전혀 아니었던 축제 아닌 축제였습니다. 정말 이 글을 쓰면서도 우리나라에 이렇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는가에 비참함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행사 관계자에게 말씀드립니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정말로 아이들을 위한 거라면, 프로그램 진행자의 말 한마디, 배우들의 대사 한 마디도 어린이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고, 장소도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다시 Setting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삿속으로 행사기획한 것도 아니고, 축제 기획 의도가 비교적 순수한 것이라고 판단되기에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죽산어린이 축제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1. 행사장소 문제
진입할 때까지는 참 좋았습니다. 풀 냄새, 거름 냄새, 논과 밭... 하지만 행사장 입구에 다다를 무렵, 차들이 죽 늘어져 있는 폼이 심상치 않더라구요.
이건 행사장 주위 전체를 차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주차장 수용 차량수는 겨우 5~60대인데, 행사 참가한 가족은 적어도 300가족, 즉 차량수가 300대 이상이라는 이야기지요. 좀 한적한 시골에서 아이들 마음껏 풀어놓고 여유를 즐기려고 갔건만.... 애들 차에 치일까봐 소리지르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행사장이 크게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는데, 두 곳 사이의 거리가 한 300미터 정도 됩니다. 길가에 주차해 놓은 차량때문에 여간 신경써서 이동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덤으로 차들이 지나가면서 내뿜는 매연과 흙먼지는 고스란히 마셔야 하구요.
행사장도 본 건물은 비교적 번듯하게 지어놓았지만, 동화놀이하는 곳은 산을 깎아놓은 흉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절개지였습니다. 산을 깎아내느라 이곳저곳 뾰족한 돌멩이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다른 공연장도 어린이 축제라고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였습니다. 찻길 바로 옆에다가, 공사장에서 굴러다니는 철판과 아시바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그리고 야외 무대 의자는 철도 침목 썩은 것을 재활용하여 조금만 힘주어 밟아도 바로 굴러떨어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간이화장실의 더러움이나, 아이들 씻길 곳의 부족 등은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그 정도는 저희 가족도 감수하고 갔으니까요.
다만, 적어도 어린이 축제라면 모든 장소의 컨셉이 아이들 위주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이건 영 아니었습니다. 최소한의 안전과 가족의 휴식이 무시되는 축제장은 이미 축제장이 아니라고 봅니다.
2. 행사 내용 문제
주 프로그램이 세가지였습니다.
첫번째, 어린이를 위한 콘서트극 '아침새'. 기획의도는 여러 장르를 통합하여 새로운 공연양식을 시험한다는 것 같은데, 연출자가 너무 욕심이 과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한다면, 배우들의 과장된 동작이나 다듬어지지 않은 대사의 남발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 극의 연출자와 배우들은 극단 사다리의 공연을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을까요? 못 봤다면 꼭 가서 보고 좀 배우라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두번째, 가족 환경마당극 '바람개비'. 이건 어린이용 공연이 아니었습니다. 어린이 공연에 '독점', '고갈'과 같은 어려운 단어들, '포대 마이'(쌀포대로 만든 남성용 자켓)와 같은 국적불명의 단어, '아줌마 얼굴은 못 고쳐. 견적이 안 나와' 같은 수준 이하의 대사를 꼭 써야만 하는지 궁금합니다. 수준 낮은 유머를 구사하는 게 마당극의 본질이었나요? 제가 알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단편적인 애드립을 구사하는 극단도 한심하였고, 그걸 듣고 웃으며 참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하는 부모들도 한심스러웠습니다. 과연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분장이 너무 혐오스러웠고, 내용 전개에 있어서도 원시시대에서 바로 환경파괴의 시대로 넘어가는 게 억지스러웠습니다. 아이들 그림책 중에 '작은 집 이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환경 파괴를 어린이들한테 이야기해 주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세번째, 풀그림. 메인 프로그램 중 비교적 괜찮았던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아까 말한 장소 문제에 따라 본래의 기획의도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진행했던 장소의 3배 정도가 인원 대비 적절한 크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약 기획자라면 전지 한장을 주는 게 아니라 기다란 광목천을 주고 거기에 마음껏 물감을 찍어보라고 하겠습니다. 나중에 물감을 닦아내는 용도로만 쓰였던 풀장 벽에 광목천을 빙 둘러 주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합니다. 역시 여기서도 물이 너무 더럽다느니 하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 정도는 이런 시골에서 감수해야 하는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자율참가 프로그램 중에 동화놀이와 풍물이 있었는데, 동화놀이 진행한 분의 성대모사는 독특하였지만, 애초에 참가 신청을 받을 때 아이들 연령을 나누어서 받았으면 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과 4살짜리가 함께 뒹구는 건 봐주기 힘듭니다.
그외 전래놀이 여행이라고 안내글에 있는데 항아리 3개와 다 망가진 화살대 가져다 놓고 투호놀이라고 해놓았더군요. 그 주변에는 다 떨어진 제기 몇 개 놓여 있었구요. 이런 걸 전래놀이 여행이라고 해도 되는지… 그리고 삐에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습니다.
먹거리 장터는 가격과 맛은 괜찮았는지 모르지만, 역시 장소가 비좁은 관계로 먹는 사람 모두 피난민처럼 보였습니다.
3. 기타 운영 문제
200가족 한정이라 해서 한적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그 기대는 위에 언급한 장소의 한계 때문에 애당초 깨졌습니다. 하지만, 더 기막힌 것은 현장 판매를 했다는 겁니다. 물론 안 할 순 없겠죠. 그러면 예약한 사람의 대기 줄과, 현장 구입 줄은 따로 분리를 해서 예약한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줘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행사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현장 판매가 20가족 정도 되었다는데, 아니더군요. 차량 대수를 대충 세어봐도 300대가 넘었습니다. 그러면 200가족 한정이라는 말을 홈페이지나 홍보문구에서 삭제를 해야죠.
4. 결론
장소의 불편함은 프로그램이 정말 아이들과 가족에게 뜻깊은 내용이었다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죽산 어린이 축제는 프로그램 내용도 어린이 눈높이와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고, 축제 장소로서의 적합성도 전혀 아니었던 축제 아닌 축제였습니다. 정말 이 글을 쓰면서도 우리나라에 이렇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는가에 비참함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행사 관계자에게 말씀드립니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정말로 아이들을 위한 거라면, 프로그램 진행자의 말 한마디, 배우들의 대사 한 마디도 어린이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고, 장소도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다시 Setting해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