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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앤 프린세스전과 타잔 후기
작성자 :히플러
등록일 :2003-02-09 03:04:11
조회수 :11,767
타잔 2시 공연을 보러 갔다가..어헤이요..남편이 길을 잘못 들어서서 청량리까지 가는 바람에
시간을 놓쳤지 뭡니까. 에라 모르겠다..5시 공연을 보기로 하고 사간동에서 열리고 있는
프린스 앤 프린세스전으로 차를 돌렸지요.
갤러리 현대의 지하와 1,2 층의 공간을 빌려 열리고 있는 프린스앤 프린세스전은
쿨룩이와 둠박해 2를 연상케 했습니다. 우선 장소부터 금호미술관 바로 옆인데다, 과자집도
있었으니까요. ^^
입장료가 저렴해서 일단 마음에 들었습니다. 2천원이면 부담은 없는 수준 아니겠습니까?
1층과 2층에 전시된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작품과 이왈종, 이중섭, 박수근 등 유명작가들의
소품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전시물부터 일단 만족스러웠습니다. 시간이 없어 천천히 감
상은 못했지만요.
지하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여러 설치물들이 눈길을 끌더군요. 신비한 조명을 받아 아름
다운 빛깔이 나게 만드는 방, 거울로 둘러쌓여 특이한 느낌의 방, 동물모양 입구가 예쁜 방,
핑크공주님의 방에나 어울릴 핑크털로 감싼 미끄럼틀 등등이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좋아한 것은 과자집이었지요. 화이트 쵸콜렛이나 건빵, 쵸코볼과 빼빼로 등등을 아
낌없이 듬뿍 발라둔 벽면과 유리창이 참 예쁘더군요. 물론 빼빼로나 쵸코볼이 있었던 자리
로 추정되는 흔적들이 더 많았지만요...과자집의 컨셉이 망가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혜윤이
는 호시탐탐 엄마가 안보는 사이 사이 쵸코볼을 뜯기도 하고 아예 문짝에 입을 대고 빨기
도...
큰 기대를 하고 가시거나 이 전시만을 위해 가신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길 하나 사
이에 두고 바로 앞에 있는 경복궁이나 중앙박물관도 일부러 시간내 들르기 좋은 곳이고 근
처에 있는 티벳박물관 역시 언젠가 다시오면 가보리라 하고 찜해두기도 했습니다. 길 따라
쭈욱 더 올라가면 삼청동 수제비 등으로 유명한 맛집도 많구요.. 어차피 일요일 하루만 남았
지만 참고하시어요. ^^
핑크 미끄럼틀 위에서
과자집에서
거울의 방에서
토끼모양 입구의 방
그리고 5시에는 건대에서 공연되고 있는 타잔을 보았습니다. 다녀오신 분들이 너무 사람이
없다고 하길래 왜일까 궁금했는데..음..그럴만 하더군요. 광고에서 본 우람한 타잔은 온데간
데 없고 창백한 금발과 도드라진 갈비뼈의 소유자가 주인공이니..게다가 제인은 한국인이더
라구요.
원작은 아무래도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듯 합니다. 뮤지컬인만큼 많은 노래들이 나
오는데 이 노래의 수준은 아주 높았거든요. 시디로 들어도 전혀 손색없는 음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원작을 한국으로 들여오면서, 한국실정에 맞게 뭔가를 새롭게 구성해보려는 노력
의 흔적은 전혀 안보였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의 대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어려운 영어가 고스란히 나오는 대사수준도 황당하려니와, 일부분의 한국배우들은 안
되는 발음으로 억지로 그 어려운 영어대사를 씹어대니 안들리기까지 하더라 이겁니다. 1막
에서는 그래서 어안이 벙벙하더이다.. 저럴 수가...하구요. 물론 그런 배우들의 대사는 일부분
이었기에 전체 극의 흐름까지 파악 못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 무성의함에 실망을 하게 되
더군요. 2막부터는 그래도 조금씩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앞부분의 실
망감을 상쇄시켜주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서툰 타잔의 연기는 공연 내내 몰입에 방해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타잔, 제인의 아빠, 사이칸, 타잔의 아빠 고릴라, 악역 제임스. 이 정도가 원어민이었고 나머
비는 한국배우들이었는데...엄마 고릴라나 제인은 비중이 큰 역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
스러운 발음을 구사하느라 귀에 거슬리더군요. 하지만 다행히(?) 노래는 립씽크라 오히려
대사보다 잘 들렸습니다. 음..제인과 타잔은 립씽크가 아닌 듯도 한데..가물가물..
무대나 공연장은 훌륭했습니다. 음향도 좋았고 분장도 그럭저럭입니다. 다만 그 어려운 내용
을 저작권의 문제 때문인지 조금도 고치지 않고 들여온 무성의함과 어린아이들의 집중력을
고려하지 않은 긴 노래와 대사들..(도대체 타잔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왜 그리도 길단 말
입니까?), 어설픈 배우들의 연기. 이게 바로 최대의 실패요인이었던 듯 합니다. 배우는 두
악역, 사이칸과 제임스 외에는 눈에 띄는 이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그 인프라 그대로, 제대
로된 한국 배우들과 한국어 대사로 진행했다면 어느 정도 수준은 되는 공연이 될 뻔했습니
다.
그래도 어린이를 위한 영어문화체험이 드문 현실에서 (그래도 올 겨울부터 갑자기 많아졌
지요?) 그나마 이런 영어뮤지컬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영어니까 어
떻게든 사람이 몰리고 돈이 되겠지 하는 안이함이 아니라 정말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함
께 고민한 작품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틀 드래곤이나 하우스 오브 테일
즈의 기획자분들께 새삼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우리 두 아이들의 반응으로 총평을 끝낼까 합니다.
7살 혜윤이는 재미있었다고 하네요. 시작할때는 타잔이 싫다고 안보겠다고 징징대던 아이였
는데 여러 가지 코믹한 요소나 음악, 무대가 좋았나봅니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전도 자기가
좋아하는 예쁜 설치물들이 많으니 좋았다고 하구요. 8살 재윤이는 타잔이나 프린스 앤 프린
세스전 둘 다 재미없었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바로 엊그제 본 이영란의 설치놀이는 또 가
고 싶다고 조르던 녀석인데 오늘은 이것 보느라고 매드 사이언스를 못 봤다며 계속 투덜투
덜입니다....
시간을 놓쳤지 뭡니까. 에라 모르겠다..5시 공연을 보기로 하고 사간동에서 열리고 있는
프린스 앤 프린세스전으로 차를 돌렸지요.
갤러리 현대의 지하와 1,2 층의 공간을 빌려 열리고 있는 프린스앤 프린세스전은
쿨룩이와 둠박해 2를 연상케 했습니다. 우선 장소부터 금호미술관 바로 옆인데다, 과자집도
있었으니까요. ^^
입장료가 저렴해서 일단 마음에 들었습니다. 2천원이면 부담은 없는 수준 아니겠습니까?
1층과 2층에 전시된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작품과 이왈종, 이중섭, 박수근 등 유명작가들의
소품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전시물부터 일단 만족스러웠습니다. 시간이 없어 천천히 감
상은 못했지만요.
지하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여러 설치물들이 눈길을 끌더군요. 신비한 조명을 받아 아름
다운 빛깔이 나게 만드는 방, 거울로 둘러쌓여 특이한 느낌의 방, 동물모양 입구가 예쁜 방,
핑크공주님의 방에나 어울릴 핑크털로 감싼 미끄럼틀 등등이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좋아한 것은 과자집이었지요. 화이트 쵸콜렛이나 건빵, 쵸코볼과 빼빼로 등등을 아
낌없이 듬뿍 발라둔 벽면과 유리창이 참 예쁘더군요. 물론 빼빼로나 쵸코볼이 있었던 자리
로 추정되는 흔적들이 더 많았지만요...과자집의 컨셉이 망가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혜윤이
는 호시탐탐 엄마가 안보는 사이 사이 쵸코볼을 뜯기도 하고 아예 문짝에 입을 대고 빨기
도...
큰 기대를 하고 가시거나 이 전시만을 위해 가신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길 하나 사
이에 두고 바로 앞에 있는 경복궁이나 중앙박물관도 일부러 시간내 들르기 좋은 곳이고 근
처에 있는 티벳박물관 역시 언젠가 다시오면 가보리라 하고 찜해두기도 했습니다. 길 따라
쭈욱 더 올라가면 삼청동 수제비 등으로 유명한 맛집도 많구요.. 어차피 일요일 하루만 남았
지만 참고하시어요. ^^
핑크 미끄럼틀 위에서
과자집에서
거울의 방에서
토끼모양 입구의 방
그리고 5시에는 건대에서 공연되고 있는 타잔을 보았습니다. 다녀오신 분들이 너무 사람이
없다고 하길래 왜일까 궁금했는데..음..그럴만 하더군요. 광고에서 본 우람한 타잔은 온데간
데 없고 창백한 금발과 도드라진 갈비뼈의 소유자가 주인공이니..게다가 제인은 한국인이더
라구요.
원작은 아무래도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듯 합니다. 뮤지컬인만큼 많은 노래들이 나
오는데 이 노래의 수준은 아주 높았거든요. 시디로 들어도 전혀 손색없는 음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원작을 한국으로 들여오면서, 한국실정에 맞게 뭔가를 새롭게 구성해보려는 노력
의 흔적은 전혀 안보였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의 대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어려운 영어가 고스란히 나오는 대사수준도 황당하려니와, 일부분의 한국배우들은 안
되는 발음으로 억지로 그 어려운 영어대사를 씹어대니 안들리기까지 하더라 이겁니다. 1막
에서는 그래서 어안이 벙벙하더이다.. 저럴 수가...하구요. 물론 그런 배우들의 대사는 일부분
이었기에 전체 극의 흐름까지 파악 못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 무성의함에 실망을 하게 되
더군요. 2막부터는 그래도 조금씩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앞부분의 실
망감을 상쇄시켜주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서툰 타잔의 연기는 공연 내내 몰입에 방해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타잔, 제인의 아빠, 사이칸, 타잔의 아빠 고릴라, 악역 제임스. 이 정도가 원어민이었고 나머
비는 한국배우들이었는데...엄마 고릴라나 제인은 비중이 큰 역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
스러운 발음을 구사하느라 귀에 거슬리더군요. 하지만 다행히(?) 노래는 립씽크라 오히려
대사보다 잘 들렸습니다. 음..제인과 타잔은 립씽크가 아닌 듯도 한데..가물가물..
무대나 공연장은 훌륭했습니다. 음향도 좋았고 분장도 그럭저럭입니다. 다만 그 어려운 내용
을 저작권의 문제 때문인지 조금도 고치지 않고 들여온 무성의함과 어린아이들의 집중력을
고려하지 않은 긴 노래와 대사들..(도대체 타잔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왜 그리도 길단 말
입니까?), 어설픈 배우들의 연기. 이게 바로 최대의 실패요인이었던 듯 합니다. 배우는 두
악역, 사이칸과 제임스 외에는 눈에 띄는 이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그 인프라 그대로, 제대
로된 한국 배우들과 한국어 대사로 진행했다면 어느 정도 수준은 되는 공연이 될 뻔했습니
다.
그래도 어린이를 위한 영어문화체험이 드문 현실에서 (그래도 올 겨울부터 갑자기 많아졌
지요?) 그나마 이런 영어뮤지컬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영어니까 어
떻게든 사람이 몰리고 돈이 되겠지 하는 안이함이 아니라 정말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함
께 고민한 작품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틀 드래곤이나 하우스 오브 테일
즈의 기획자분들께 새삼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우리 두 아이들의 반응으로 총평을 끝낼까 합니다.
7살 혜윤이는 재미있었다고 하네요. 시작할때는 타잔이 싫다고 안보겠다고 징징대던 아이였
는데 여러 가지 코믹한 요소나 음악, 무대가 좋았나봅니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전도 자기가
좋아하는 예쁜 설치물들이 많으니 좋았다고 하구요. 8살 재윤이는 타잔이나 프린스 앤 프린
세스전 둘 다 재미없었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바로 엊그제 본 이영란의 설치놀이는 또 가
고 싶다고 조르던 녀석인데 오늘은 이것 보느라고 매드 사이언스를 못 봤다며 계속 투덜투
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