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수연맘

등록일 :2002-06-25 11:14:33

조회수 :12,327

신랑은 언제나 바쁜척을 합니다.
토요일엔 대학원엘 가고 일요일엔 골프를 치고...
나의 징징거림에 지쳤는지 신랑은 차를 한대 안겨주면서 마음대로 다니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날아갈 것 같았고 아무데나 갈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8, 6살 아이를 싣고 여행을 한다는건 모험입니다.
둘이서 싸우고 울고,말릴 사람이 없으니, 몇번이나 갓길에 차를 세우고 으름장을 놓아야 합니다. 어떤때는 아이를 억지로 차 밖으로 밀어 낼 때도 있습니다.
힘에 부쳐서. 지금은 집에서 게임이나 시키고 비디오나 보면서...
아이들이랑 다녀도 허전한 거 아시죠?
내가 아이 챙기는데 신랑이랑 가면 신랑이 아이 챙기고 더불어 나도 챙겨주쟎아요. 신랑을 꼬셔서 아니, 협박을 해서 양평 바탕골 예술극장으로 23일 갔습니다. 비가 새록 새록 내리길래 이 여름에 이런 차분한 날씨에 나들이 하면 아이들도 지치지 않겠구나 생각하는데 신랑이 " 비 오는데 어디 간다고?"
그래도 지지 않고 출발. 시동 걸면서 후회했습니다. 아이들이 또 싸우더라구요.
신랑은 가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까 짜증을 내고, 저는 더 화를 냈습니다.
어짜피 떠나고 있으니까 신랑 눈치 보는 것에서 작전을 바꾸어 내 성격대로.
신랑이 포기하고 성질 죽이고 내 눈치에 '오메 기죽어' 하더라구요.
공기도 신선하고 비도 조금 내리고 신록이 나를 반기고 ...
도착해서 강아지 똥 연극을 보는데 사실 저는 보고 싶지 않더라구요.
신랑이랑 아이들만 공연장에 넣어두고 주변을 둘러 보았어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연극이 끝나고 도자기방이랑 티셔츠공예방이랑 이리저리 기웃거렸습니다.
기념으로 손도장을 찍고 여름 방학때는 신랑은 빼고 와야겠구나 다짐했습니다.
왜냐구요?
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