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서옥란 기자]

나의 모교 태인초등학교(교장 김광옥)에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대학에서 교직이수를 하고 있는 태인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입니다. 혹시 죄송하지만 제가 보건실에서 교육봉사를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2015년 7월 3일, 나에게 있어 가장 잊을 수 없던 초등학교 생활은 9년 만에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고, 한여름 밤의 꿈처럼 잊고 싶지 않은 추억을 남기고자 이렇게 글을 써본다.

졸업 후에 차를 타고 지나가거나 걸어가면서 학교를 본적은 많았지만 다시 방문하는 건 처음이라 봉사를 시작하는 날은 너무 설레고 떨리던 날이었다.

학교 교문을 지나 현관에 들어섰을 때 내 눈에 처음 들어온 건 여러 나라 사람의 모습을 닮은 인형들이었다. ‘초등학교라서 인형으로 꾸며져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사라지기도 전에 위에 소개되어있는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에게 제일 먼저 인사해주던 인형들은 ‘아우인형’이라고 불리는데 하나의 값은 3만원으로,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6가지의 예방접종 및 모기장을 선물하여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그래서 아우인형을 사는 것은 ‘입양’한다고 표현하고 있었다.

작년부터 태인초등학교에서 시작한 아우인형 입양은 현재 92명이 입양되었고, 개인이 사거나 만들어서 입양을 하기도 하지만 내가 놀랐던 건 아이들이 직접 돈을 모아서 입양을 한다는 것 이었다.

나는 초등학교때 용돈을 받으면 어떻게 사용했었지? 라는 질문을 마음속에 던져봤다.
초등학생때의 나는 그저 불량식품을 사먹기에 바빴고 뽑기에 빠져 일주일치 용돈을 그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쓸 때 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선배의 입장으로 우리 후배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자랑스럽기도 하고 자신의 용돈을 아껴가며 기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배워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지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눔·양보·배려의 사랑을 나의 후배들은 그렇게 배워나가고 있었다.

매일 아침 뿌듯한 마음으로 아우인형과 인사를 하고 학교를 둘러보던 중 나는 다시 한 번 놀랄 수 밖 에 없었다. 그 이유는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항상 아이들이 뛰어내려오다 꼭 한명이상 다치던 공포의 내리막길이 지금은 예쁜 풍경의 벽화 속 어린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지켜주는 사랑의 내리막길로 바뀌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예쁜 풍경에 빠져있는 것도 잠시 한쪽에는 ‘한뼘계단’이라는 아기자기한 이름을 가진 계단이 내리막길에서 다치지 않게 보호해주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오르기 힘들 것 같은 계단을 저렇게 이름지어줌으로써 누구나 쉽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고 오르고 싶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 교장선생님의 설명을 통해 그 계단의 이름은 아이들이 참여한 공모전을 통해 지어진 이름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아이들의 순수함과 창의력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뼘계단’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 보니 눈길을 확 사로잡는 하나의 나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나무의 이름은‘ 어울림 나무’였는데 우리 태인초등학교는 다문화교육 연구학교로서 어울림 나무의 잎사귀를 이루고 있던 편지들은 북한, 페루 등 여러나라 친구들에게 쓰여진 우리 후배들의 사랑의 편지였던 것이다.

요즘처럼 여러 나라 사람이 모여 사는 다문화 시대 속에서 어울림 나무에 달려있던 다문화 친구들에게 보내는 작은 편지 하나가 시작되어 나와 같은 반에 있는 다문화 친구도 배려하고 아껴가는 밑거름이 되고 우리는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똑같이 하나라는 사랑을 배워가는 우리 후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나의 모교 곳곳에는 사소한 계단의 이름 하나부터 아우인형 기부까지 사랑을 배워나고 실천해가는 후배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 속에서 봉사를 하던 중 나는 몇 가지의 궁금증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교장실을 지나갈 때 마다 항상 일부러 들려서 인사를 하던 우리 후배들의 모습, 쉬는 시간에도 내려와 교장선생님을 찾는 모습, 교장선생님과 너무나도 친한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

아직 해결되지 못한 궁금증을 가지고 봉사를 하던 어느 날 후배들이 우루루 몰려와 교장실에 들어가던 모습을 보게 됐다.
‘애들아 거기는 그렇게 쉽게 들어가고 놀러가는 곳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던 순간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에 “어이~왔는가?”하고 정답게 받아주시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름 아닌 그 시간은 한 학기에 학년별로 한 번씩 있는 ‘교장선생님과의 대화’시간으로 아이들이 맛있는 간식도 먹으면서 학교에 대해 교장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이다.

‘창가의 토토’라는 책을 보면 공부·점수에만 집중되어 있는 현대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속 상처먼저 치료해주고 바른 인성을 교육하기 위해 집중하시던 교장선생님의 모습, 또한 교장실에 들어와 할 말이 있다며 4시간이나 말하는 학생의 수다를 한 번의 짜증 없이 들어주시던 교장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러한 모습은 책이기에 가능하다고 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내 눈 앞에선 책속의 그 모습이 보여 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 나에게 있어 교장선생님이란 함부로 말을 걸 수 없는 존재였고, 교장실이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 이였으며, 꼭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이름만 알고 불러주시던 모습으로 기억 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후배들에게 교장선생님이란 언제든지 찾아가서 나의 고민도 말할 수 있고, 자꾸만 찾고 싶은 교장선생님이 되었다는 것이 선배로서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공부를 하는 학생으로서 교육이 무엇인지 하나도 모르고 깨닫기 못하던 나였지만 허리를 숙여 아이들과 눈을 마주쳐 인사를 해주시고 한명한명 이름을 불러주시고 대화해주시던 교장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진정한 교육이란?”질문처럼 어떠한 답도 정해지지 않은 이 질문에 한번쯤은 대답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짧고 어떻게 보면 길수도 있는 10일이라는 시간동안 교육봉사를 하면서 나에게 태인초등학교는 다시 찾은 나의 모교로서 너무 반갑기도 했고 예전의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태인초등학교 모습과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어서 나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첫 날부터 화이트보드에 “정진주 선생님 환영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나를 웃게 해주시던 교무부장 선생님, 항상 인사하면 반겨주시는 미소가 너무 아름다우시던 교감선생님, 교생실습을 나온 것도 아니고 그저 봉사를 나온 학생에게 이것저것 챙겨주시면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던 보건선생님, 지금이라도 다시 초등학교에 다니고 싶을 만큼 예쁘게 나의 모교를 변화시켜주시고 아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가르쳐주시던 교장선생님, 항상 “정진주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시면서 반갑게 인사해주시던 선생님들, 작은 치료 하나에도 고맙다며 이 세상 가장 예쁜 미소를 지어주던 사랑하는 나의 후배들.

누군가에게는 무더운 날씨가 힘들게 했을지도 모르는 7월이지만 나에게 있어 초등학교로 다시 돌아간 이번 7월은 배울 수 있음에 감사했고, 나의 후배들과 함께 할 수 있음에 더 감사했으며, 9년이 지난 지금 더 달라지고 예뻐진 모습으로 반겨주던 나의모교가 있음에 너무 감사하고 뿌듯했다. 지금이라도 현재의 태인초등학교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하라고 한다면 나는 어떠한 고민도 없이 다시 돌아가 더 큰 꿈을 꾸며 학교생활을 할 것 이다.

9년 전 나에게 ‘간호사’라는 꿈을 심어주던 태인초등학교는 9년이 지난 지금 ‘보건교사’라는 또 다른 꿈을 심어주었고 그 꿈을 향해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여전히 나의 뒤에서 나를 응원해 주고 있다.

모두가 앞만 바라보며 일하기 바쁜 삶을 살아가는 지금, 나의 모교를 찾아가서 후배들과 인사하며 나의 어린 시절 소중했던 추억을 꺼내보는 건 어떨까? 그때 배웠던 이 세상 어느 것 보다 순수하고 아름답던 사랑을 다시 배울 수 있진 않을까?

출처: 교육연합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