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 :2017-01-31 00:00:00

이대영 기자 [email protected]

 [교육연합신문=이대영 기자]

화순 능주초등학교(교장 서춘기) 서춘기 시인은 1957년 전남 광양에서 출생하여 1995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그 섬에 가려면”,“사람에 취하다”,“새들의 밥상”,“얼굴에 대한 기억”이 있다. 제1회 불교문학현상공모에 당선했으며 제2회 한국해양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시인협회 회원이며 원탁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꽃으로 힘으로>

 

지독한 꽃샘추위
세상이 다시 얼었다.

 

봄은 멀어지고
몸속 가득 꽃눈을 품고서도
꽃망을 밀어 올리지 못하는 청매실 나무와
꿈을 잃은 아이들

 

눈물이 난다 몸살이 난다.
남문 밖 석당간 돌며
오색딱따구리 놀이패 불러 모아
어깨춤 추자 탈춤을 추자

 

영산강 강둑 따라
덩실덩실 휘돌아 흐르다 보면
봉긋하게 차오른 꽃몽우리 하나 둘 터지고
봄꽃 소식들 들불처럼 번져 가

 

그래 그래
저 기운 저 힘으로
날짐승의 오목가슴 한소끔 데워 놓고
꿈꾸는 아이들의 성장판 흔들어 깨우자

 

                                           -<꽃으로 힘으로> 전문

이번 시집은 자연과 생명이 연대를 이루는 유기적 생명관을 바탕으로 한다. 자연속에 물들어가는 몸과 더불어 그 풍경 속에 깊이 걸린 마음의 실핏줄이 연줄처럼 길게 이어져 있다. 자연은 하나씩 꽃잎을 열어가는 꽃받침과도 같은 생의 근원이자 출발점이다. 여기서 “생”이란 꽃핌이며, 그 긍정의 마음으로 어린이들을 바라보면 모두가 꽃으로 보인다. “꽃샘추위”속에서도“봉긋하게 차오른 꽃몽아리 하나 둘 터지고/봄꽃 소식들 들불처럼 번져” 가듯이 봄꽃으로부터, 혹은 어린이들로부터 풀려나오는 생기를 통해 봄 들판이 화사하게 물들고, 우리 사회도 희망을 갖게 된다.

 

꽃의 비유는 이윽고 다산의 유배와 매천의 절명시에 닿게 되는데, “또박또박 써내려간/ 혈서”와 같이 붉게 핀 동백꽃이거나, 엄혹한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날 매천이 바라보았던 매화꽃과 같은 것이다. <나무연꽃>에서 “나무의 몸 나무의 마음으로 피어난 꽃이 있다.”고 했을 때, 이는 “꽃”으로 피었던 시절을 내면화하는 것이며, “꽃”과 “꽃의 기억”이 가진 힘 자체가 생의 의지적 작용의 출발점임을 깨우치듯 알려준다.               - 염창권(시인.광주교대 교수) -

출처: 교육연합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