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럭키

등록일 :2002-05-15 00:53:35

조회수 :15,189

저도 아이와 보러 갈 계획이 있는데,
오늘 넘 감동받으셨겠어요. 또한 미안도 하셨겠구요...

전 다림출판사에서 한병호씨의 그림인 (황소와 도깨비)란 책을 구입해
몇 번 아이와 읽어 봤지요...
천재 작가 이상이 남긴 단 한편의 단편동화라는군요...

나이가 어린 아이일수록
미리 책을 사서 읽고 가시면 아이와 엄마 모두 더 내용에 집중해서
공연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얼룩소님의 글입니다.
> 오늘 저는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기에
> 이런 건 여러 사람에게 알려야만 한다는 의무감으로 이런 글을 씁니다.
>
> 아이 유치원이 개원기념일이라 하루 쉬게 되어
> 무얼할까 하다가 마침 '나들이 이야기'에 올라와 있는
> 연우무대의 공짜 티켓을 한장 인쇄하여 연극 "황소와 도깨비"를
> 보러가기로 했지요.
> 평소 경험으로 볼 때 공짜 티켓을 남발하는(?) 연극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를
> 할 수 없었기에 저렴한 가격에 동화 원작을 어떻게 극화하였나 구경이나
> 한번 해 볼 마음으로 갔었답니다.
> 과거 현실참여 연극들을 많이 올렸던 극단이라 어린이연극을 한다는
> 사실이 낯설긴 하였지만,학교 다닐 때 가보았던 그 극장에 이젠 아이엄마가
> 되어 다시 찾아가는 기분도 새삼스러웠지요.
> 그런데 놀랍게도 공연 시간에 맞춰 들어간 극장에는
> 저와 아이 달랑 둘 뿐이었다는 것입니다.
> 잠시 후 또다른 엄마와 아이가 둘 들어오긴 하였지만
> 과연 연극을 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조금의 불안감은
> 이 관객으로는 연극 보기에 힘들겠구나 하는 이른 포기에 이른 순간
> 공연 시작하겠다는 극단측의 말씀이 어리둥절할 뿐이었습니다.
> 그리고는 정말로 우리 네 사람만을 위해
> 관객수의 배가 넘는 배우들이(8명이지요) 땀을 뻘뻘 흘리며
> 1시간여의 무대를 꽉 채워 주셨습니다.
> 저는 감히 송구스러워 박수도 잘 치기 힘들더군요.혹시 연기에 방해를
> 하는 건 아닌가 하여서...
> 그리고 배우들이 마지막 정식 무대인사를 마쳤을 때 저도 함께 머리 숙여
>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 간혹 한명의 관객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한다는 배우들의 상투어를 듣긴
> 하였지만 제가 직접 그런 무대의 관객이 되고 보니 송구할 따름이었습니다.
> 연우무대의 프로 정신에 깊이 감동받고 감사하였던 날이었습니다.
> 우리 아이에게도 정말 잊을 수 없을 소중한 경험이 되었을 것입니다.
>
> 아참! 연극 내용은 어땠는지 궁금하시지요.
> 물론 네명의 관객을 위한 무대라는 '감동'이 먼저 앞서긴 하였지만
> 알맹이 또한 결코 허술하지 않은 알찬 내용이었습니다.
> 제 값을 다 치르고 들어갔었다고 해도 크게 후회하지 않았을 거라고
> 감히 장담하겠습니다.
>
> 부모님은 무료 티켓 인쇄하시고,아이는 사랑티켓으로 저렴하게 구입하여
> 한번쯤 가보길 강추! 강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