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로데오거리에 풍월당이 있다. 이름만 들어서는 도대체 뭐 하는 곳인지 쉽게 짐작되지 않는 곳, 하지만 명실공히 서울 유일의 클래식 음반 전문 매장이다. 바야흐로 mp3의 시대, 음반 시장은 죽었다지만 풍월당은 꼿꼿하다. 매장 판매를 기본으로 하며 온라인 판매는 하지 않는다. 그나마 주문 판매조차도 우편을 통해서만 이뤄진다. 그래도 여전히 단골 고객이 북적인다. 오롯한 음악의 힘이자 변하지 않는 향수 때문일 것이다. 다름 아닌 아날로그의 힘이다.
음반 전문 매장에 번듯한 음악감상실까지 갖추었으니 복합 문화 공간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등 유명 뮤지션들이 미니 콘서트를 가졌고, 각종 쇼케이스도 열린다. 게다가 종종 클래식 강의도 하는, 클래식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공간이다.
이 모든 것이 풍월당 대표 박종호씨의 노력이었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가끔 음악칼럼을 기고하던 그는 2003년 본업을 그만두고 아예 클래식 전문음반 매장을 열었던 것이다. 호기심으로 이 매장을 찾았던 음악 애호가들은 그와 클래식을 주제로 이야기을 피우기 시작했고 이내 입소문이 퍼졌다. 클래식 애호가들의 애정으로 2007년에는 현재위치로 확장 이전할 수 있었다.

확장 이전 후 달리진 점은 단연 음악감상실 풍월채다. AV 시스템과 110인치 스크린, 클래식 피아노까지 갖춰 음악 감상은 물론 영화 감상과 세미나, 공연도 가능하다. 스크린 아래에는 VTL MB-450 파워앰프와 와트퍼피 8번, 탄노이 스피커, 데논 A1XVA DVDP, 마크레빈슨 326S 프리앰프 등이 도열해 있다. 개인이 꾸민 음악감상실이라기에는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 삼삼오오 클래식 애호가들이 찾아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감상실은 다채로운 행사로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개방된다. 박종호 대표와 지인들이 직접 강의하는 클래식 강의는 풍월채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전문가의 고리타분한 이론 강의라기보다 비슷한 취미를 공유한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의 대화 같다.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도 상영한다. 특히 음악 영화는 음향 시스템의 위력 때문인지 한층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온다.
풍월당의 고유한 역할인 음반 판매도 소홀하지 않다. 그저 매장만 커진 것이 아니다. 공간을 채운 3만여 장의 클래식 음반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음반은 장르별, 알파벳별로 정리돼 있는데 간간이 손글씨 메모가 눈에 띈다. 풍월댁이라 부르는 풍월당의 직원들이 써놓은 메모인데, 음반에 위트 있는 설명을 곁들인 것이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 앨범도 많다. 장르를 불문하고 전문 음반 매장이 자취를 감춘 지금, 풍월당은 그 자체로 삶의 여유를 돌아보는 클래식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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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월당 음반 매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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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기 쉽도록 알파벳 순서로 정리한 음반 진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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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월당 곳곳에서 만나는 음반 큐레이터 풍월댁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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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반 진열대에 전시한 악기를 연주하는 피에로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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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반과 함께 뮤지션의 사진도 전시해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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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월당의 자랑인 음악감상실 풍월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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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반 매장을 넘어 클래식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부르는 풍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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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급 음악 감상 시설을 갖춘 풍월채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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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월당에서는 클래식 음반은 물론 클래식 서적도 전시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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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한 음반 매장이 아님은 넉넉한 휴식 공간에서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