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루시맘

등록일 :2001-12-30 23:12:00

조회수 :22,477

루시가 오래전부터 기차를 타고 싶다고 조르길래 큰 맘먹고 어제 기차 타고 강촌엘 다녀왔답니다.
찬바람 부는 겨울이라 큰 기대없이 오로지 한두시간 내의 짧은 코스의 기차타기만을 목적으로 출발했었죠.
그런데 예기치않게 눈발이 휘날리더니 경춘선을 타고 달리는 기차밖 풍경은 그야말로 은빛 세상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조금씩 흩날리던 눈발이 강촌에서는 그야말로 퍼~엉 펑 앞을 분간할 수 없으리만큼 - 이제 막 36개월 된 루시는 물론, 제 30평생에도 그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 광경은 처음이었습니다. 정말 환상적이었죠.
그저 기차만 타고 강촌에 내려서 밥먹고 걷다가 (기차역에서 밥집까지 걸어간 만큼 다시 내려오는 길) 어느 다방같은 커피숍에서 차 한잔 마시고 다시 기차타고 청량리역으로 되돌아온, 짧고 아주 단순한 여행이었지만 무척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총 여행경비 5만원(왕복 무궁화호 2매 18000, 점심값 22000원, 커피 7000원, 기타 간식비용 등등)의 거금(?)을 들였지만 그 돈이 아깝지 않을만큼이요...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걷기만 했어도 온통 눈천지로 변한 주변 풍경이 너무 이뻐서 우리 루시는 연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야, 눈이 많이 와서 너무너무 좋다!"라는 탄성만 계속 지르더군요.
돌아오는 길에도 역시 가차창밖을 말없이 내다보는 것만으로도 그 어느 외국영화속 배경이 부럽지 않았습죠.
눈내리는 날 기차여행, 왜 여태껏 그런 낭만을 놓치고 살았을까 후회가 되더군요.
이제부터 눈내리는 날이면 무작정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건만 같아지네요.
한 번 떠나보세요.
아이들에게도 멋진 추억의 선물이 될 거예요.
단, 주말이면 미리 예매가 필수 입니다. 잘못하면 경치구경도 좋지만 가는 내내 서서 가느라 관절염이 도질 수가 있으니까요.
평일엔 글쎄,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