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히플러

등록일 :2003-02-07 00:01:51

조회수 :10,063

오늘 아이를 데리고 '이영란의 설치놀이-놀러오세요'가 열리고 있는
정.미.소를 찾아갔습니다. 쿨룩이와 둠박해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 한층 정도의
공간쯤을 기대하고 갔다가 의외로 작은 장소에 좀 놀랐습니다.
하지만 아담하고 오히려 정감이 있어 좋더군요.

옷과 가방을 맡기는 입구에서부터 참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익살스러운 천사의 안내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처음 들어가서 도자기 흙을 밟는 듯 만들어둔 하트모양 발판부터 시작해서
흙으로 작은 작품을 만들어 꼬챙이에 끼워두기도 하고 (여러 아이들의 작품을
모아두니 그것도 하나의 설치미술이 되더군요.)
옛날 푸세식 화장실로 꾸며둔 공간에서 야광처럼 조명받아 빛나는 똥(???)을
보고 신기해 하기도 하고...
(재윤아. 이게 뭔지 아니? 너희들은 모르겠지. 엄마 어릴때 엄마 할머니
화장실이 이랬단다. 아니, 바로 몇년전까지만 해도 완도의 재윤이 할아버지 집
화장실이 이랬다구..) 흙물과 붓으로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
여러 무늬가 있는 떡살같은 것에 진흙을 찍은 후 난로에 굽기도 하고
예쁘게 비치는 물그림자를 구경하며 작은 연못에 동전을 던져보기도 하고
장래희망을 진흙으로 형상화해서 작은 무대에 올려두기도 하고
진흙으로 다트놀이를 해보기도 하고... 우물 속에 숨은 예쁜 별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헥헥...이것말고도 몇가지 더 있는데 여하튼 아기자기한 체험활동이
참 색다른 경험이었지요. 너무 큰 것을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겠지만
관람객이 별로 없어 천사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참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고 왔답니다. 꽤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해본 축에
속하는 재윤이도 아주 즐거워했고, 또 가고 싶어하더군요. 사실 좋은
전시나 공연은 아이들의 반응으로 그 수준이 판가름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 가고 싶게 만드는 그 무엇.

흙과 우리 것, 그리고 소박한 예술과 자연스러움이 녹아있는 전시장부터
정감이 있었고 정성스럽게 관객을 대해주는 천사의 역할도
참 좋았습니다.

아, 그리고 이 설치놀이는 12일까지라고 하는군요.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가볼 분들은 꼭 가보도록 하시구요. 사실 이 전시하나만을 위해
먼 곳에서 일부러 가시라고 하기는 조금 망설여지니
대학로의 공연을 가신 김에 섭렵하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정보소극장에서 내일부터 매드 사이언스(Dont' Try This at Home)가
공연되구요. 동덕 공연 예술센터에서는 2003서울&과천 겨울 어린이
공연예술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그 옆 동숭아트센터에서는
뮤지컬 토토가 공연중이구요. 자세한 대학로 약도나 공연안내는
오른쪽 위에 보이는 공연/전시안내를 참조하세요.

참, 제가 히플러라고 작품에 이름을 쓰니까 천사가 물어보더군요..
혹시 인터넷에 글올리는 분이 아니냐고..ㅠ.ㅠ
쑥쑥운영자라고 얘기했더니 쑥쑥에서 사람들이 많이 왔대요.
"어디서 오셨어요?" 하고 물으니까 "쑥쑥에서요."라고
답변하셨다는 분들. 복받으실겁니다. 호호.
덕분에 감사인사 듣고 왔습니다. 사실 공연정보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쑥쑥회원임을 꾸준히 커밍아웃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랍니다.
덕분에 아마 다음번 설치놀이때는 쑥쑥회원들만을 위한 할인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럼, 막바지 겨울...방콕하지만 마시고 가끔은 이렇게 문화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체험나들이도 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