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지호맘

등록일 :2002-12-30 15:03:38

조회수 :11,631

오랜만에 글 올리네요.
그동안 여기 올라온 글들 읽고 똥벼락도 보고 호랑이 이야기도 보고 했는데, 정작 저는 다른 분들께 도움될만한 정보를 올리지 못해 항상 미안했답니다.

그러나, 작년 여름 주말농장 나들이 이후 간만에 한 건 올립니다.
두둥~
바로 천문대 이야기.

ㅎㅎ
상당히 거창해져 버렸는데, 사실 그리 거창한 얘기는 아니구요.
그저께 토요일날 아이와 함께 어디 놀러갈만한 데 없나 고민하다 천문대에 도전을 해 보았답니다.

먼저 인터넷으로 천문대를 검색해보니 꽤 많은 곳이 있더군요.
주로 강원도에 있었고, 서울 가까이는 안성에도 있고, 중미산에도 있더군요.
대부분 1박2일 코스이거나 초등학생들의 캠프 위주로 진행되고 있었고 간혹 당일 관람이 가능한 곳도 있었습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최근에 생겨서 비교적 관람객이 덜한 곳을 찾아 예약을 했습니다.

홍성 근처에 있는 '우리별 천문대'라는 곳이었죠.
백수가 된 여동생을 꼬셔서 5살된 아이랑 셋이서 오후 3시 30분경 출발했는데, 가는 길 내내 눈발이 날려 무척 고생했습니다.
길도 미끄럽고,무엇보다 날이 흐려 별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가면서도 내내 기분이 꿀꿀했지요.

2시간 30분이나 걸려 6시경 도착한 천문대는 생각보다 아담한 규모였습니다.
어른은 식대 포함 1인당 1만5천원의 요금, 아이는 저녁값만 5천원을 냈구요,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마련해 주신 맛있는 저녁밥을 먹었죠.

저녁을 먹고 7시부터 관람객을 위한 교육이 있었습니다.
관람객은 어른, 아이 모두 15명 정도였구요, 전문강사가 아주 멋진 프로그램으로 태양계와 별자리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서 생동감 넘치는 화면을 시종 보여주셨는데, 5살짜리 저희 아이도 아주 진지하게 듣고 있더군요.

1시간 가량의 교육을 마치고 본격적인 관측에 들어갔답니다.
망원경을 보기 전에 별자리를 진짜처럼 볼 수 있는 작은 방에 들어갔었는데, 너무 신기하고 아름다워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죠.
드디어 별자리 관측.
그 시간까지도 하늘은 흐리기만 했고, 15명의 어른, 아이들은 관측 돔에 들어가서 돔이 움직이는 것 구경하고 천체망원경 구경한 걸로 서로를 위안 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치더군요.
별 떴다!
그때부터 돔 내부는 환희의 물결로 가득찼답니다.
기대한 만큼의 쏟아질 듯한 하늘은 아니었지만, 우리의 바램이 하늘에 와 닿았는지 별들이 하나 둘씩 제 모습을 내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망원경으로 토성의 고리며 목성의 줄무늬와 반짝이는 위성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돔 내부가 추워서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밖에 나와 주인장이 마련해 주신 모닥불도 쬐고, 고구마며 양미리도 구워먹고 육안으로 별자리도 가늠해보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놀았답니다.
대부분이 1박2일 하는 손님들이라 아쉽지만 저희 일행만 먼저 출발을 했지요.
10시 30분에 출발을 해서 동생을 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저희집까지 오니 새벽 1시가 다 되었더군요.

오래 운전한 덕분인지 어제 하루종일 피곤에 절어 있었지만, 그래도 색다른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아이가 더 크면 한 번 1박2일에 도전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상 상태에 너무 좌우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한 번쯤 해 볼 만한 유쾌한 경험이었습니다. 아이도 물론 아주 좋아했지요.

이상, 천문대 나늘이 이야기 였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