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발롱

등록일 :2002-01-13 00:23:17

조회수 :24,113

어릴때부터 우리집 아이는 유난히 큰소리를 겁냈습니다.

세살때이던가요? 롯데월드엘 갔는데 고적대 공연을 보더니 기겁을 하고 뒤로 숨더라구요. 으이구..소심하기는..

그 후 6,7살때는 애써 두려움을 감추려고 노력하면서 공연이 시작하기전에 '엄마, 가슴이 막 두근거리려고 해..' 라는 말로 대신하더군요.

작년부터는 눈에 띄게 그런 경향이 줄었습니다. 큰소리가 나와도 귀를 막는다던가 하지 않고 대범하게 보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하벡'신이 등장할 때도 그쪽으로는 별 신경을 안써도 되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투덜이 이모가 "왜 아이들 연극이 그리 무서운 거지?" 라고 하더군요. ㅋㅋㅋ)

그것보다 신경쓰였던 것...
바로 아이의, 공연을 대하는 태도였지요.

연극의 내용을 이해하고 주제를 마음에 새길수 있는지보다는, 요 나이 때는 이러한 공연 문화 자체에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1. 공연 시작전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하니 안가도 된답니다. 저는 그래서 한방울이라도 짜고(?) 오라고 아이를 밀었습니다.

2. 자리에 앉으니 이녀석이 자기 앞자리에 키큰 어른이 앉아서 안보인다고 큰 소리로 투덜댔습니다. 바꿔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투덜대는게 미워서 안보이게 한방 먹였습니다.(퍽!! @.@)

3. 공연 중에는 지 궁금한 거는 죄다 물어봅니다.
저는 다소 망설이면서 가능한 건 대답해줬습니다. (요건 어느 선까지 가능한 건가요? 이해가 안가도 그냥 보라고 해야 하나요? 아님 다른사람에게 피해가 안가는 선에서 해설을 붙여줘도 되나요? 아직 모르겠네요. 하긴 후자의 경우 아이의 질문횟수와 강도가 점점 높아진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답이 없자 요 녀석이 끈질기게 자꾸 물어보던 것 중의 하나 :

"엄마!! '징.검.'이 무슨 뜻이냐니깐..?"
" ㅠ.ㅠ........................................."

4. 보는 도중 잘 안보이자 상체를 일으켜 뒷사람의 시야를 방해합니다. (작은 나무님! 희영이가 좀 불편했죠? 죄송....) 못하게 하니까 이거시 자꾸 짜증을 냅니다.

지난 얘기지만 '호두까기 인형'을 보러갔을 때는 나름대로 인내를 발휘하다가 2막 중간쯤에 이르니 몸이 꼬이는 걸 도저히 참기 어려웠나 보더라구요. 거대한 꽈배기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앞좌석을 발로 자꾸 밀고 앞에 앉은 초등학생 누나는 자꾸 뒤를 돌아보며 째려 보고...으....쥐구멍을 찾았지만 깜깜해서 잘 안보이더라구요.....

이거 조금씩 나아질까요?


뭐 대충 이런 것들을 조금씩 고쳐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3번의 경우는 마학님들은 어찌하시는지요? 궁금........

개인적으로는 오늘 연극 참 좋았습니다.
저희가 어디 가서 그런 무대를 구경하겠어요? 공연에 목말라 있는 저로서는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오늘 무대는 간단한 가락과 리듬, 타악기로 구성된 배경음악과 효과가 아주 좋더군요. 거울보고 놀라던 오른쪽 마을의 기타 아저씨...으...짱입니다요......


그래서 앞으로도 앞자리, 뒷자리 눈치가 보이겠지만 조금씩 나아지기를 기대하며, 그리고 엄마인 저의 즐거움을 위해서 열심히 공연 쫓아다니려고요....

아님, 발레같은 거 말고 아예 마당극만 찾아다닐까요? 하하하.....

(오늘 오신분들 다 못만나뵈어서 속상하네요. 그리고 빈 라덴님도....왜 나만 못뵈었지? 참! 준희님, 무겁지만 예쁜 베낭 매고 집에 돌아가시느라 정말 애쓰셨어요. 표 나누어 주느라 힘드셨지만 받는 제 입장에선 참 반갑고 좋더라구요. 특히 문 열고 들어갔을때 화~악 띄던 준희님의 큰 보름달 같은 얼굴......아~~ 찾기 쉽더라......떡볶이 갯수 또 줄겠당~~~)

이상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