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교의 총본산 교당

낙원상가를 지나 안국역 사거리에 다다르면 좌우로 옛 건축물 2개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근대사를 대표하는 건축물들이다. 오른쪽에는 흥선대원군의 사가이자 고종이 태어난 운현궁이 있다. 뒤편에 양관을 등지고 있다. 반면 그 길 건너편에는 이국적인 근대 건축물이 우뚝 서 있다. 천도교중앙대교당이다. 운현궁의 유명세에 밀려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일부러 관심을 가질 만큼 매력적인 건축이다.

천도교중앙대교당은 1918년 12월 착공해 1921년 2월 완공한 천도교의 총본산 교당이다. 천도교는 1860년 최제우가 구세제민(救世濟民)의 뜻을 품고 창시한 민족 종교로, 3대 교주인 손병희에 이르러 천도교로 이름을 변경했다. 천도교중앙대교당 역시 손병희가 발의해 1918년 천도교 부구(部區)의 총회 의결로 착공이 결정됐다. 교인 각 세대당 10원씩을 내 30만원의 건축 자금을 확보했다.

3.1운동 33인의 민족대표인 손병희가 말해주듯 천도교는 독립운동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33인의 민족대표 가운데 15인이 천도교 신자였다. 성당 건축 자금의 일부도 독립운동에 사용했다고 전한다. 그 결과는 천도교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졌다. 천도교중앙대교당은 본래 1320제곱미터(약 400평) 규모로 짓고자 했다. 하지만 독립운동의 산실인 천도교의 교세 확장을 두려워한 조선총독부가 이를 간과하지 않았다. 규모를 축소한 재설계 도면을 제출하고서야 비로소 건축 허가가 났다.

근대 3대 건축이라고 불린 건축미

9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천도교중앙대교당은 변함없이 위풍당당하다. 근대 초기에는 명동성당, 조선총독부와 더불어 서울의 3대 건축물로 꼽혔다고도 한다. 그 의견을 뒷받침하기에 손색이 없는 건축미다. 지난 1978년에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36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천도교중앙대교당은 동경제대에서 건축을 전공한 일본인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설계했다. 먼저 전면부는 바로크 풍의 4층 탑부가 눈에 띈다. 그 아래 좌우 날개에 자리한 2층 구조의 건물이 앞모습을 이룬다. 외관의 재질은 화강석 기단 위에 적벽돌을 쌓아올렸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건물의 평면은 ‘T’자형이다. 탑부에서 꼬리를 달듯 뒤쪽으로 현관부와 기둥이 없는 단층의 내부 본당이 이어진다. 건축물에는 박달나무꽃과 무궁화 등을 조각해 민족정신을 강조했다.

천도교중앙대교당은 서울의 근대 건축 가운데 그 양식이 상당히 독특한 편에 속한다. 어떤 하나의 양식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까닭이다. 설계자인 나카무라 요시헤이는 빈 분리파(Vienna Secession) 건축 양식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빈 분리파는 아르누보 양식을 발전시켰는데 클림트, 오그너 등이 그 주축을 이룬다. 빈 분리파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학문적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천도교중앙대교당이 다채로운 건축 양식을 수용하지만 어느 양식으로도 크게 치우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고딕이나 로마네스크의 전통 양식을 잇는 여타의 근대 건축과 확연한 차이를 갖는다. 굳이 천도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만한 우리네 근대 건축의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