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문구점과 대형할인마트에서 어린이 화장품 판매가 급증하면서 사실상 어린이 화장품 사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외부 자극에 민감한 어린이 피부가 검증받지 않은 화장품에 노출되다 보니, 수포·가려움증 같은 트러블과 알레르기, 아토피 증세를 악화시키는 부작용 사례가 생기고 있다.
사실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은 공업용 원료로 만들어져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는 ‘장난감 화장품’.
아이들과 함께 일하는 에디터로서 또 수십 년간 쌓은 화장 경험을 통해 얻은 진실은, 가급적 화장을 늦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어린이 피부는 한마디로 무방비 상태에 놓인 보호구역이다. 어린 시절에 화장품 같은 외부 접촉에 많이 단련됐던 아이들은 훗날 피부 노화로 낭패를 보게 된다. ‘한 때 호기심이겠거니’ 하고 그냥 넘기지 마라.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조사한 결과, 어린이 색조화장품에 기준치 최고 10배가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기억하라.

놀이처럼 화장을 즐기는 아이들에게서 받는 엄마들의 느낌은 한마디로 ‘불안감’이다. ‘내 아이가 혹시 유난스러운 건 아닐까? 다른 아이들보다 튀는 건 아닐까?’ 등등의 걱정을 싸안고 있다. 실제로 화장하는 아이를 보고, 선생님이나 주위에 고민 상담을 늘어놓는 엄마들도 많다. 아이가 쓰는 화장품을 숨기느라 정신 없는 모습도 예사이다. 아이들이 화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른을 흉내 내고 싶은 유아의 발달 과정에 따른 것이 통념이다. 엄마가 보기에는 여전히 아기 티를 벗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뽀샤시한’ 얼굴을 선호하고 화장하면 더 예쁜 것 같다고 인지한다.

초등학생, 넓게는 미취학 아동까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화장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엄마들은 불안감 때문에, 화장을 하려는 아이들과 이를 뜯어 말리는 엄마간의 실랑이가 계속된다. 일단 아이가 화장에 눈뜨기 시작했다면, 무조건 안된다고 하지 말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라.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의 충고가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킬 것이다. 

<아망>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면서,
정말 세상이 많이 변하고 아이들도 변했다는 생각을 한다.
늘 “요즘 아이들은 정말 달라졌어!”라며 개탄을 하지만,
실제로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일단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여자 어린이들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에 어린이 전용 화장품 세트를 꼽는다는 것이다. 어린이 전용 화장품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도 많다.
십중팔구 “애들이 무슨 화장이냐?”고 반문한다. 저출산 시대, 자녀에게 집중하는 젊은 엄마들을 중심으로 어린이 전용 운동기구, 어린이 전용 미용실 같은 어린이 전용 외모 가꾸기 상품들이 키즈 산업의 틈새를 뚫고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어린이 화장품 시장 규모가 벌써 3백억 원에 이를 정도로 그 시장이 날로 성장세에 있다. 행사가 있거나 친구들 모임에 좀 더 특별하게 보이려고 화장을 해준다는 엄마들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예전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활달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다. “제가 초등학생인데 마스카라를 써도 될까요? 어린이가 화장품 가게에 화장품을 사러 가면 보기 안 좋을까요? 문구점 말고 어린이 화장품은 어디서 파나요? 피부 안 상하게 하는 방법은?” 초등학생들이 찾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구하는 상담의 글이 줄을 잇는다.

이는 한마디로 아이들이 화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어른 뺨치는 화장 솜씨와 성인 전유물로 여겨졌던 색조 화장과 눈 화장이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더니 5·6학년 정도면 파우더나 립글로스 같은 간단한 화장도구 한두 개쯤은 갖고 있다.
무조건 하지 말라고 강요하기엔 이미 어린이용 화장품이 너무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매년 어린이 화장품 시장 규모가 늘어나고 인터넷에서도 손쉽게 화장품 구입이 가능한 시대의 흐름을 타고 아이들은 유행에 휩쓸려 한 번쯤 얼굴에 발라 보는 것.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욕구라기보다, 이 사회가 어린이에게 화장 권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립독성연구원에 의뢰하여 어린이 화장품 내 납 성분 초과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지만, 어린이들의 문구점에서 구입한 ‘장난감 화장품’을 자주, 매일 바르지 않기 때문에 유해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전문가의 입장은 아주 적은 양의 납, 메탄올이라도 어린이 피부에 거부 반응을 일으켜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 화장품에 주로 들어가는 유기 색소는 발암 성분을 지닌 타르 색소를 사용하는데, 장난감 화장품 내 타르 색소 첨가 여부에 의심이 가는 상황이다.

국내에는 한국인이 개발한 바비 코스메틱과 영국 브랜드 미스 몰리,  아이코가 대표적인 어린이 전용 화장품이다. 펄이 가미된 파우더를 비롯해 크림 타입의 아이섀도, 다양한 컬러의 에나멜 등은 대부분 수용성이라 쉽게 지워지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설명. 또 연약한 아이 피부에 맞춘 유기농 원료나 저자극 원료를 사용하고 있어 비교적 가격이 비싼 편이다.
<아망>도 어린이 전용 화장품을 자주 접하지만 무조건 권장할 수는 없다. 어린이 화장품 업계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시장이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을 넘어, 이 시대의 가치나 유익성을 고려할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