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동의 아담한 한옥이 양옆으로 늘어선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한상수자수박물관이 보인다. 마당에는 옛 가정집을 찾은 것처럼 평상과 장독대가 있다. 담이 낮아 옹기종기 지붕을 맞댄 가회동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섬돌에 신발을 벗어놓고 방으로 들어서면 한국 전통 자수에 관한 설명을 담은 영상이 흘러나온다. 무형문화재 자수장 한상수의 자수 작품들과 소장 유물들의 전시에 대한 안내다.
전시실에서는 먼저 형형색색의 화사한 자수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한땀 한땀 정성이 들어간 자수 작품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왕과 신하들이 사용한 자수 유물 흉배에는 신분에 따라 용, 기린, 사자, 공작, 운학, 백한, 호표, 웅표, 해태 등의 화려한 문양이 수놓여 있다. 또 조바위나 남바위, 허리띠, 한복, 노리개와 복주머니 등을 통해 전통 자수의 다양한 쓰임과 아름다운 문양들을 살펴볼 수 있다.
다른 방에는 침구류나 병풍 등 자수 유물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자수 도구들도 구경할 수 있다. 이렇게 한상수자수박물관의 전시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조용한 한옥 안을 걷다 보면 정갈한 규중의 여인들이 정성스레 수를 놓는 모습이 떠오르는 듯하다.

한상수 자수장은 일본식 자수 교육과 서양의 자수에 의해 맥이 끊어져가던 한국 자수의 전통을 3대째 이어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자수 유물을 찾아 한국 전통 자수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데 힘쓰며 한상수자수박물관을 세웠다. 조선 후기 왕가의 자수품, 관가와 민간 복식류, 여성 장신구류, 쓰개류, 신발류 및 주거 장식류인 병풍, 액자, 방장 등과 함께 불교 자수품, 부채류, 혼인 제사용품, 기타 민속품 등을 수집했다. 그중에서도 대한제국 황제용 황용보(黃龍補)는 대원군의 손자며느리인 운현궁마마의 기증품으로 궁수(宮繡)의 금사 수놓는 방법을 밝혀준다. 사라져가는 한국 전통 자수를 지키고 재현하려는 장인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60년 가까이 자수를 놓아온 한상수 자수장의 손에서 만들어진 전통 자수 재현 작품도 80여 점에 달한다. 특히 1400여 년의 시간을 초월하여 단절되었던 삼국시대의 능문라(菱紋羅) 제직 기술을 원형 복원한 천수국수장이 눈에 띈다. 수백 명의 제자들과 함께 한상수 자수장이 20여 년에 걸친 작업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장인의 열정이 담긴 아름다운 자수 작품과 자수 유물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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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수자수박물관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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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 좋은 전통 한옥 한상수자수박물관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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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문화재 한상수 자수장이 수를 놓고 있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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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형색색의 섬세한 자수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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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이 담긴 화려한 자수 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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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모양의 보자기 작품과 아기자기한 오색 향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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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양각색의 화려한 자수 소장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