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걸어도 좋은 길, 삼청동

경북궁 돌담길을 지나면 서울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골목, 삼청동이 시작된다. 눈앞 가득 펼쳐지는 서정적인 풍경과 여유로움에 몇 블록 옆 빌딩숲과는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삼청동이라는 이름은 도교(道敎)의 태청(太淸), 상청(上淸), 옥청(玉淸) 등 3위(位)를 모신 삼청전(三淸殿)이 있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서울의 가장 멋스런 동네가 도교에서 비롯되었다니 조금 뜻밖이다.

더 그럴싸한 설명도 있다. 산과 물, 사람 이 세 가지가 맑다 해서 삼청(三淸)이라 했다고도 한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가 가난한 예술가들이 삼청동으로 찾아들었다. 삼청동 일대는 청와대와 가깝다는 이유로 개발 제한 구역으로 묶여 있어 집값이 저렴했다. 반면 경복궁과 북촌이 있어 문화적으로는 풍부한 정서를 간직한 곳이었다. 가난한 예술가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그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고 거리에 조금씩 예술적 향취가 묻어났다. 지금의 삼청동 거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제는 안국동과 소격동, 화동과 사간동 일대를 모두 아울러 삼청동이라고도 하고, 진선북카페에서 시작해 삼청공원 일대까지를 오롯한 삼청동이라고도 한다. 어느 쪽이든 틀리지 않다. 지금 삼청동은 공간의 구분을 떠나 문화와 예술이 서로 연계를 맺어가며 발전하고 있다.

골목길 구석구석에 보물같이 예쁜 가게들이 숨어 있지만 중심 거리 양쪽으로 늘어선 색색의 쇼윈도 먼저 구경해보자. 재기발랄한 인테리어 숍이 눈을 끄는가 하면 바로 옆가게에는 고풍스런 전통숍이 자리 잡고 있는데 서로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도 무척 다채롭다. 알록달록한 카페 외벽을 배경 삼아 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젊은이들, 한옥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 개인 수집가들이 만든 이색 박물관에서 다양한 전시품을 감상하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모두 같은 길에서 호흡한다.
호젓하게 거리를 걸으며 신기한 것들에 시선을 멈추고, 발길 닿는 집에 들어가 맛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 메마른 감성을 충전시킬 수 있는 곳, 삼청동은 바로 그런 동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