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공연장과 레스토랑까지 갖춘 평창동 대표 갤러리

복작거리는 서울의 도심에서 여유로운 문화 생활을 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북한산 암벽이 보이는 평창동 골목 사이에 자리한 가나아트센터는 그래서 탐스럽다. 작지 않은 규모에 갤러리 내를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한적하고 고즈넉하다.

우선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모던하면서 세련된 건물은 영종도 국제공항을 디자인한 장 미셸 빌모트(Jean Michel Wllmott)의 작품이다. 세련된 멋이 살아 있지만 자연 지형을 거스르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내부 인테리어 또한 공간의 실용성과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적절히 조화시켰다.

가나아트센터는 지하 2층, 지상 2층의 규모로 3개의 전시장과 야외 공연장, 레스토랑, 세미나실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이다. 서울에서 가장 큰 갤러리임에도 불구하고 실내 디자인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너른 나무 계단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먼저 전시장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회화, 입체, 사진, 영상, 설치, 디자인, 애니메이션, 건축, 전통 공예, 현대 공예와 아트 상품, 미술 출판물 등 장르를 초월한다. 과연 평창동의 대표 미술관답다. 세 공간으로 나누어진 이 전시장의 총 길이는 200여 미터에 달한다. 벽면을 따라 걸으며 작품과 충분히 교감할 수 있도록 배려한 동선이다. 억지스럽지 않은 길이 편안함을 더한다.

자연과 관객을 가까이

작품을 감상한 후 야외로 눈을 돌려보자. 2층의 전시장과 연결된 넓은 테라스는 작은 조각 공원으로 안내한다. 조각 공원 저편의 야외 공연장은 소나무가 둘러쌌다. 역시 나무로 만든 관람석은 넉넉히 3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무대 앞에 설치된 음향 시설과 조명은 선선한 날씨와 별이 있는 밤의 공연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만 같다.

야외 공연장 또한 미술과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애니메이션, 행위예술, 초청 강연 등 다양한 장르와의 만남을 목적으로 한다. 관객과 심도 있는 만남을 원하는 가나아트센터만의 문화 욕구를 반영한 곳이다. 콘서트도 가끔씩 열리는데 리처드 용재 오닐, 나윤선, 전제덕, 이은미 등 클래식과 재즈, 대중 가요를 망라한다.

갤러리가 아닌 아트센터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장래주 큐레이터는 가나아트센터의 목적을“공연과 전시, 휴식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을 추구하는 것"이라 전했다.